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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유혹하는 글쓰기 - 글쓰기의 마법

by OneTJ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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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의 철학을 연상케하는 이미지

거장의 서재에 초대받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 A Memoir of the Craft)'는 단순한 글쓰기 지침서가 아닌, 한 작가의 영혼을 담은 특별한 책입니다. 호러 장르의 거장으로 알려진 킹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글쓰기 철학, 그리고 구체적인 조언을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이 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영감과 통찰을 제공합니다.

처음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저는 단순히 베스트셀러 작가의 기술적인 조언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책이 글쓰기라는 행위를 넘어 예술, 인생, 그리고 인간 정신의 회복력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킹이 자신의 알코올 중독과 심각한 교통사고 후의 회복 과정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부분은, 글쓰기가 단순한 직업이 아닌 그의 존재 이유임을 보여주어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작가의 여정: 글쓰기를 향한 소명

책의 첫 번째 부분은 킹의 어린 시절부터 성공적인 작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며 일찍부터 글쓰기에 매료된 소년이 수많은 거절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킹이 성공 이전에 얼마나 많은 거절을 경험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얼마나 꾸준히 글을 썼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세탁실에서 일하면서도, 학교에서 가르치면서도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을 유지했습니다. 첫 소설 '캐리'의 원고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아내가 꺼내 출판사에 보내도록 격려한 일화는 창작의 여정에서 지지자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저는 진정한 작가의 길이 단순한 재능이나 운이 아닌, 끊임없는 실천과 인내, 그리고 거절과 실패를 견디는 회복력에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킹의 이야기는 창작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계속해서 글을 쓰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글쓰기의 도구상자: 실용적인 조언

책의 중심부는 킹이 '작가의 도구상자'라고 부르는 글쓰기의 기본 요소들을 다룹니다. 그는 어휘, 문법, 문단 구성부터 대화, 묘사, 내러티브 구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을 자신만의 직관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어휘와 문법: 단순함의 미학

킹은 화려하고 복잡한 어휘보다 명확하고 정확한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불필요한 단어를 모두 제거하라"는 스트렁크와 화이트의 조언을 인용하며, 과도한 부사(특히 '-ly'로 끝나는 단어들)와 수동태의 사용을 경계하라고 조언합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킹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글쓰기를 조심하라"는 경고였습니다. 그는 복잡한 문장과 화려한 어휘가 종종 작가의 불안과 자신감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며, 진정한 자신감은 단순하고 직접적인 표현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이 조언은 제 글쓰기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복잡한 표현으로 독자를 '감동시키려' 했던 시도들이 사실은 제 자신의 불안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야기 구성: 상황이 먼저, 플롯은 나중에

킹은 전통적인 플롯 중심의 접근법과 달리, '상황'에서 시작하여 캐릭터들이 그 상황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그는 "이야기는 화석과 같다. 작가의 임무는 그것을 발굴하는 것이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접근법은 많은 초보 작가들이 겪는 '플롯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감을 줍니다. 완벽한 이야기 구조를 미리 계획하려는 압박에서 벗어나, 캐릭터와 상황에 집중함으로써 더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통찰은 제게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개정과 편집: "두 번째 초안 = 첫 번째 초안 - 10%"

킹은 글쓰기 과정에서 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첫 번째 초안을 완성한 후 최소 6주 동안 작품을 서랍에 넣어두고 잊으라고 조언합니다. 이 '냉각 기간' 후에 새로운 눈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으며, 이때 과감하게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그가 제시하는 "두 번째 초안은 첫 번째 초안에서 10%를 줄인 것"이라는 공식은 간결하고 강력한 글쓰기의 비결을 담고 있습니다. 킹은 자신의 편집 과정을 공개하며, 어떤 부분을 왜 제거했는지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 부분은 제게 '글쓰기는 쓰는 것만큼이나 지우는 것'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자신이 쓴 문장에 지나치게 애착을 갖지 말고, 작품 전체의 흐름과 명확성을 위해 과감히 삭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작가의 생활: 습관과 태도

책의 마지막 부분은 작가로서의 일상과 정신적 태도에 관한 실용적인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일일 목표와 규칙적인 습관

킹은 자신이 매일 2,000단어를 목표로 글을 쓴다고 밝히며, 규칙적인 글쓰기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는 "아마추어는 영감을 기다리지만, 프로는 그냥 앉아서 일을 한다"는 말로 글쓰기의 핵심이 재능이나 영감보다 꾸준한 노력에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또한 그는 "문을 닫고 글을 쓰고, 문을 열고 글을 읽으라"는 조언을 통해 창작과 편집의 명확한 구분을 제안합니다. 첫 초안을 쓸 때는 내면의 비평가를 침묵시키고 자유롭게 써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많은 작가들의 '백지 공포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독서의 중요성: "많이 읽지 않으면서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바보다"

킹은 작가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독서를 꼽습니다. 그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열린 마음'으로 읽으며, 좋은 글과 나쁜 글 모두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 부분에서 킹이 자신의 독서 목록을 공유하고, 각 책이 자신의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하는 부분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그의 폭넓은 독서 취향과 각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은 작가로서의 그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개인적 성찰과 깨달음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으며 저는 글쓰기에 대한 제 접근 방식을 완전히 재고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킹이 강조하는 '진실성'의 중요성은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이라고 말하며, 독자들은 작가가 솔직하지 않을 때 이를 본능적으로 감지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킹의 "글쓰기는 텔레파시다"라는 표현은 글쓰기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습니다. 작가의 임무는 자신의 머릿속 이미지와 감정을 가능한 한 온전히 독자의 마음에 전달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하고 명확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통찰은 제 글쓰기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결론: 글쓰기의 마법과 치유력

'유혹하는 글쓰기'는 단순한 기술 매뉴얼을 넘어, 글쓰기의 마법과 치유력에 관한 감동적인 증언입니다. 킹이 심각한 교통사고 후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육체적, 정신적 회복을 이루었는지 설명하는 마지막 장은, 창작이 단순한 직업이나 취미가 아닌 삶의 의미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킹은 "글쓰기는 마법이다"라고 말하며, 이 마법이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깊은 만족과 치유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글을 쓰고 싶다면, 지금 바로 시작하라. 규칙적으로 쓰고, 많이 읽고, 진실을 말하라.

이 책은 전문 작가를 꿈꾸는 이들뿐만 아니라, 학생, 직장인, 블로거 등 글쓰기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귀중한 통찰과 실용적인 조언을 제공합니다. 킹의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문체,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중은 독자들에게 글쓰기의 즐거움과 가치를 재발견하게 합니다.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고 나서, 저는 글쓰기를 더 이상 두려운 과제나 복잡한 기술로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자신의 진실을 발견하고 나누는 여정, 그리고 킹이 말한 것처럼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텔레파시"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글쓰기의 기술적 측면을 넘어, 창작의 본질과 기쁨을 일깨우는 소중한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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